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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스토리

MIRAE Story

여가, 문화, 나눔, 주거 등 시니어를 위한 가치 있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초봄, 역사를 품은 이야기 속으로

2024-04-02

초봄, 역사를 품은 이야기 속으로
- 남양주 인문학 여행 산책
 
남양주 1

겨울을 견뎌낸 나무들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 위해서 기다리는 모습이 의연하다. 자연과 달리 사람은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바심을 내곤 하는데 어느덧 눈앞엔 온통 봄볕이다. 너무 먼 곳으로만 생각하느라 떠나기를 미룰 필요는 없다. 수도권 중심으로만 생각해 보아도 갈 곳은 무궁무진하다. 이번에는 차분히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사 속으로 다가가 본다. 남양주는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찾아가기 좋은 여행지다. 
 
-영조의 막내딸 화길옹주가 살던 宮집
남양주 돌팍고개를 따라 휘어지는 도로 옆으로 산속에 묻힌 듯 들어앉은 예사롭지 않은 기와집이 보인다. 그 옛날 공주가 살던 궁집이다. 조선 21대 영조 임금이 어여쁜 막내딸 화길옹주(和吉翁主)를 시집보내며 한 채 지어준 집이다. 오래된 옛집의 빗장이 열리며 보이는 전통 한옥의 기품이 엿보인다.
 
남양주 2

화길옹주가 결혼할 때 나이는 열두 살. 영조는 팔십이 넘도록 장수한 왕인데 화길옹주는 60세 나이에 얻은 귀한 막내딸이다. 지금으로 보면 완전 딸 바보였던 영조는 남양주 궁집을 지을 때도 궁궐의 명장급 목수와 건축자재를 보냈고 풍수지리적으로 땅의 기운이 좋은 곳을 선택했다. 다만, 신분사회였던 만큼 옹주의 궁집은 아흔아홉 칸의 대군이나 공주와는 달리 40칸을 넘지 않도록 했다.
 
영조는 막내딸을 위한 신중하게 부마를 간택했다. 그렇게 간택된 화길옹주의 남편은 무인 집안 출신 구민화(具敏和)다. 둘 사이 아이 하나를 두고 살던 화길옹주는 혼인 후 겨우 7년 정도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슬픔에 빠진 영조는 팔순 잔치도 거부했고 남편인 구민화 역시 남양주 궁집에서 보이는 언덕에 옹주의 묘를 모시고 늘 바라보곤 했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문중에서 이장을 했다.


 
남양주 3

궁집 안채는 □자형이다.
 
옹주가 거주하던 안방은 실내에 복도처럼 통로가 나 있다. 안에서 사랑채로 바로 건너갈 수 있고 방에 앉아 마당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단이 높다. 궁집 답게 잘 다듬어진 돌로 기단을 놓았고, 최상품의 목재와 뛰어난 솜씨로 재료를 다룬 모습 등 기품 있고 고급스러운 면면들이 보인다. 당시 다른 명문가의 집만큼 규모가 크거나 화려하지는 않다. 소박하고 검소하면서 동시에 섬세하고 격조 높다.
    
특히 화길옹주가 결혼하여 죽을 때까지 살았던 집이기 때문에 궁집은 건축물의 확실한 연대와 건축 양식과 기법 등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문화 유적이다.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국가민속문화재 130호 지정). 구석구석 스며있는 세월 속의 풍성한 이야기와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긴 곳, 역사 속의 영조와 화길옹주가 어쩐지 더 가깝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남양주 5

남양주 궁집 터에는 궁집 외에도 다른 곳에서 옮겨온 고택이 여러 채 모여 있다. 궁집과 쭉 이어진 다른 건축물 중 하나는 예술가 부부 권옥연, 이병복이 무교동에서 이전해 온 한옥 무교동집. 친일파 송병준의 99칸 용인 집을 옮겨와 복원한 용인집, 순조 큰며느리인 조대비의 친정집을 해체해서 옮겨와 복원한 군산집, 서민의 집 등도 주변에 함께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서서히 문화 예술 속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시민들은 물론이고 찾아오는 여행자들에게도 유익한 볼거리다. 
 
궁집 담장을 따라 조성된 둘레길 코스는 경사도 완만하고 운치 있다. 숲길을 걷다 보면 나무 사이 저 아래로 궁집이 조금씩 보인다. 마치 그 옛날 접근하기 어려운 구중궁궐처럼 숲 사이로 궁집의 담장이나 마당이 눈에 들어와서 왕의 가족이 사는 모습이 어떤지 기웃거리는 기분이 되어 바라보는 의미도 남다르다.
 
근래 들어 남양주시는 늘어난 흙길 걷기 수요에 맞추어 '맨발 걷기 길'(어싱로드)를 조성하고 있는데, 그 중 평내동 궁집 둘레길도 포함 되어 이전보다 더 걷기 좋은 길로 거듭날 예정이다. 궁집 방문은 네이버 예약으로 가능하다.
 
남양주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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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남양주 홍유릉(洪裕陵)
 
남양주의 가볼 만한 곳으로 가장 먼저 홍유릉을 떠올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을 만큼 홍유릉은 남양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 우리의 마지막 왕릉이며 황릉인 홍유릉엔 고종과 명성황후가 잠들어 있다. 재실과 후궁 묘역까지 돌아보며 역사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금곡(金谷)역에서도 가까워서 외부에서도 찾아가기 쉽다. 
 
입장권을 구입하고 들어가면 홍릉 연지가 먼저 반긴다. 날이 풀리고 계절이 바뀌면 연못에 가득한 물 위로 연잎이 뒤덮인다. 홍릉으로 향하기 전 재실을 둘러보고 가는 게 좋다. 이곳에 관리인이 머물면서 왕릉을 관리하고 제향을 준비하는 곳이기에 둘러보는 코스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재실의 옆 뜰에서 홍릉을 향해 바라보는 풍경이 봄볕에 따사롭다.   
 
홍유릉은 홍릉과 유릉을 합해서 부르는 능호다. 홍릉(洪陵)은 대한제국 1대 고종태황제와 명성 태황후 민씨의 능이고, 유릉(裕陵)은 대한제국 2대 순종 황제와 첫 번째 황후 순명효황후 민씨, 두 번째 황후 순정 효황후 윤씨가 묻힌 능이다.

 
남양주 8

홍살문을 통해 침전 앞으로 가면 석상들이 줄지어 나란하다. 그 뒤의 홍릉엔 병풍처럼 소나무가 둘러있고 잔디가 단정하다. 홍릉에서 유릉으로 가는 주변의 재실은 현존하는 재실 중 가장 크다고 한다. 좌측과 우측으로 석물이 즐비하다. 유릉은 대한제국 2대 순종효황제와 첫 번째 황후 순명효황후 민씨와 두 번째 황후 순정효황후 윤씨의 능이다. 세 분을 한 봉분 안에 모신 합장릉이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산길은 고즈넉하고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묘역 주변으로 봄볕이 따스해 보인다. 홍유릉 나들이의 맛을 제대로 느끼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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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릉 비각 뒤편으로 가면 외부로 출입하는 협문이 있다. 밖으로 나가면 홍유릉 둘레길을 산책하는 시민들을 볼 수 있는데 봄날에는 벚꽃길이 눈부시다. 이 둘레길을 따라가면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과 이방자의 묘역 영원(英園)이 있다. 홍유릉에 비해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덕혜옹주 묘역이 있다. 배우 손예진이 연기했던 영화를 통해서 더 알려졌던 덕혜옹주는 한 많은 세월을 가슴에 담고 이곳에 잠들어 있다. 그리고 의친왕 부부 합장묘, 이구 황세손의 회인원(懷仁園)과 후궁들의 묘역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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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유릉 둘레길에는 굴곡진 삶을 살았던 이분들의 이야기를 산책길에 길게 전시 형태로 보여준다. 아주 오래전 역사의 뒤안길 이야기를 역사 여행 삼아 사색과 휴식을 얻는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 홍유릉의 초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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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석영 선생의 나라 사랑 발자취, REMEMBER 1910
 
홍유릉과 둘레길 부근의 묘역을 돌아보고 나오면서 들러볼 곳이 있다. 홍유릉 정문 바로 앞 공원 사이로 보이는 REMEMBER 1910 건물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했던 남양주 화도면 출신인 이석영(李石榮, 1855년~1934년 2월 16일) 선생을 재조명하기 위해 조성된 복합 문화공간이다. 당시 최고의 부호였던 선생이 전 재산을 팔아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에 몸 바친 애국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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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영 선생의 6명의 형제 건영, 석영, 철영, 회영, 시영, 호영은 국권 회복을 위해 중국 서간도로 망명했다. 이후 선생은 형제들과 항일 무장 독립투쟁의 산실이자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인 신흥 무관학교를 설립, 운영했다. 신흥무관학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배우 전지현과 하정우 주연의 천만 관객의 영화 '암살'에도 등장한다.
 
당시 위기의 나라를 구하고자 급히 서울과 남양주 일원의 토지 등을 처분한 금액이 지금 화폐가치로 약 2조~6조 정도라고 한다. 문득 2024년 현재를 풍요롭게 살아가는 우리들이 쓸 수 있는 마음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생각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이석영 선생 형제들이 몸과 마음을 다 바친 나라 사랑에도 불구하고 끝내 광복을 보지 못하고 타지에서 굶주림으로 끝내 생을 마감했다니 비통할 따름이다. 그분들의 뜨거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기억하는 공간, REMEMBER 1910이다.

 ·  사진 이현숙 굿네이버스 미래재단 객원기자/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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